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이건 누가 대신 좀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일이 많다. 메일 분류, 일정 정리, 회의 전 자료 찾기, 깃허브 이슈 확인, SNS 예약 글쓰기, 반복적인 문서 작성 같은 것들이다. 중요한 일이긴 한데, 하루를 갉아먹는 잡일에 가깝다.
그래서 예전에는 인턴이나 주니어에게 이런 일을 조금씩 맡겼다. 물론 사람 인턴은 일을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다. 단순히 잡일 처리 기계가 아니다. 그런데 AI 시대가 되면서 이 표현 자체가 이상하게 바뀌고 있다. “AI 인턴”이라는 이름을 단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Autonomous가 내놓은 Intern 2도 그런 제품이다. 특이한 점은 앱 하나가 아니라 책상 위에 올려두는 물리적인 AI 비서라는 점이다.
https://www.autonomous.ai/intern
https://www.creativebloq.com/tech/the-only-difference-between-the-coworker-sitting-next-to-you-and-intern-is-that-intern-works-unlimited-hours-new-ai-super-assistant-sits-on-your-desk-has-a-mind-and-voice-and-handles-everything-from-email-to-coding
책상 위에 올려두는 AI 비서
Intern 2는 말 그대로 데스크톱 AI 어시스턴트다. 사용자는 텍스트나 음성으로 일을 시키고, Intern은 메일, DM, 일정, GitHub 이슈, 소셜 미디어 글쓰기, 자료 수집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방향으로 소개된다.
Autonomous는 이 제품이 여러 AI 모델을 상황에 맞게 골라 쓴다고 설명한다. Opus, Sonnet, DeepSeek, Qwen 같은 모델을 작업 성격에 따라 활용한다는 식이다. 사용자는 복잡한 설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Slack이나 Discord, Telegram 같은 채팅 도구로 일을 맡길 수 있다고 한다.
이 설명만 보면 꽤 매력적이다. 노트북을 닫아둔 사이에도 메일을 정리하고, GitHub 이슈를 보고, 필요한 글 초안을 만들어둔다면 작은 팀이나 1인 사업자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왜 굳이 물리 기기일까
솔직히 “그냥 앱으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미 ChatGPT, Claude, Gemini, Copilot 같은 도구가 있고,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도 많다.
그럼에도 물리 기기로 만든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상시성이다. 앱은 내가 열어야 하지만, 책상 위 기기는 항상 켜져 있는 업무 보조자처럼 느껴질 수 있다. 알림등이 켜지고, 음성으로 부르고, 독립된 기기처럼 돌아가는 경험은 앱과 다르다.
둘째는 로컬 처리와 기억이다. Autonomous는 API 키, 프로젝트 맥락, 글쓰기 스타일, 팀 용어 같은 정보를 기기 안의 로컬 파일에 저장한다고 설명한다. 모든 것을 클라우드에 올리는 방식보다 신뢰감을 주려는 의도다.
물론 이 부분은 실제로 검증이 필요하다. “로컬”이라는 말이 어디까지 로컬인지, 외부 모델 API와는 어떤 데이터가 오가는지, 사용자가 어떤 권한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일반 사용자가 상상할 수 있는 장면
예를 들어 1인 사업자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다고 해보자. 아침에 Intern에게 “어제 고객 문의 정리하고, 환불 요청과 배송 문의를 나눠줘”라고 말한다. 이어서 “오늘 인스타그램에 올릴 신상품 소개 글 세 개 써줘”라고 시킨다.
개발자라면 “내 GitHub 이슈 중 급한 것만 요약해줘”, “어제 올라온 PR에서 리뷰해야 할 파일 알려줘”처럼 쓸 수 있다.
블로거나 콘텐츠 제작자라면 “이번 주 다룰 만한 AI 뉴스 세 개 찾아서 요약해줘”, “지난 글 톤에 맞춰 제목 후보 만들어줘” 같은 작업도 가능해 보인다.
핵심은 답변형 챗봇이 아니라, 여러 도구를 넘나들며 일을 처리하는 에이전트라는 점이다. 사용자가 매번 복사하고 붙여넣는 과정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커뮤니티 반응은 기대보다 신뢰 문제가 먼저 보인다
아직 Intern 2 자체의 실사용 후기는 많지 않다. 다만 이전 Autonomous Intern 관련 커뮤니티 글을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Reddit의 AutonomousLounge에는 주문 후 배송 일정이 계속 밀렸다는 불만 글이 올라왔고, 공식 지원 계정은 새 제품 소프트웨어 마무리 과정 때문에 일부 주문이 지연됐다고 답했다.
https://www.reddit.com/r/AutonomousLounge/comments/1sm09cl/has_anyone_ordered_and_actually_received_the/
이런 반응은 제품을 볼 때 중요하다. AI 기기는 기능 소개가 화려할수록 실제 배송, 초기 설정, 안정성, 고객 지원이 더 중요해진다. 특히 업무 메일과 GitHub, 일정 같은 민감한 권한을 맡기는 제품이라면 “정말 믿고 켜둘 수 있나”가 핵심이다.
또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AI가 인턴 업무를 대신하는 흐름에 대한 복잡한 반응도 보인다. 어떤 사람은 단순 반복 업무가 프롬프트로 바뀌고 있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AI에 맡긴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품질 문제가 생긴다고 걱정한다.
https://www.reddit.com/r/EngineeringManagers/comments/1u7tbid/we_just_hired_our_first_intern_and_it_made_me/
https://www.reddit.com/r/cscareerquestions/comments/1tvu2yi/ai_usage_at_internship/
편하지만 조심해야 할 지점
이런 AI 비서가 실제로 쓸 만해지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권한이다. 메일을 읽을 수 있는지, 답장까지 보낼 수 있는지, 캘린더를 수정할 수 있는지, GitHub에 코멘트를 남길 수 있는지에 따라 위험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읽기 전용 요약은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메일 발송, 결제, 코드 변경, 고객 응대처럼 외부에 영향을 주는 행동은 사람이 최종 확인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기록이다. AI가 어떤 근거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로그가 남아야 한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왜 이 메일을 보냈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업무 맥락이다. AI가 내 스타일과 팀 용어를 기억하면 편하지만, 그 기억이 어디에 저장되고 어떻게 삭제되는지도 알아야 한다. 로컬 저장이라 해도 백업, 동기화, 외부 모델 호출 과정에서 데이터가 움직일 수 있다.
AI 인턴이라는 이름이 불편한 이유
개인적으로는 “AI 인턴”이라는 표현이 조금 불편하다. 인턴은 배우는 사람이고, 회사는 그 사람에게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단순 업무 처리 장치를 인턴이라고 부르면 사람의 성장 과정까지 너무 쉽게 대체 가능한 것으로 보는 느낌이 있다.
다만 제품의 방향 자체는 이해된다. 작은 팀이나 1인 사업자에게는 사람을 뽑을 여유가 없지만, 반복 업무는 계속 쌓인다. 그 사이를 AI 에이전트가 메우려는 것이다.
그래서 Intern 2를 볼 때는 “사람을 대신할까?”보다 “내가 직접 해야 했던 반복 작업 중 어디까지 맡길 수 있을까?”로 보는 편이 낫다.
지금은 기대 반, 확인 반
Intern 2는 데스크 위 AI 비서라는 상상이 꽤 그럴듯해지는 순간을 보여준다. 말로 일을 맡기고, 여러 앱을 넘나들며, 밤새 일부 업무를 처리하는 개인용 AI 에이전트다.
하지만 아직은 실제 사용기와 안정성 검증이 충분히 쌓였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물리 제품은 소개 영상보다 배송, 업데이트, 고객 지원, 데이터 권한 관리가 중요하다.
관심이 있다면 바로 구매 후보로 보기보다, 실제 수령자 후기와 장기 사용기를 기다려보는 것이 좋겠다. AI 비서는 멋진 데모보다 매일 조용히 실수 없이 돌아가는지가 진짜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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