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소개 페이지를 열었는데 첫 문장부터 AI가 바꿉니다, AI가 알아서 해줍니다, AI 기반 혁신 같은 말이 이어질 때가 있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읽는 쪽에서는 조금 식는 순간이 생긴다. 정말 필요한 기능보다 “우리는 AI 회사입니다”라는 자기소개가 먼저 들릴 때가 있어서다.
최근 공개된 조사들을 보면 이런 반응은 꽤 넓게 퍼져 있는 듯하다. WordPress VIP가 2026년 발표한 Future of the Web 2026 조사에서는 미국 소비자의 60%가 브랜드 메시지에 AI가 들어가면 오히려 반감이 든다고 답했다. 61%는 AI를 잘 쓰는 브랜드를 한 곳도 떠올리지 못했고, 74%는 인터넷이 10년 전보다 덜 사람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WordPress VIP 조사 (영어주의)
사람들은 AI 자체보다 말투에 먼저 반응하는 것 같다
이 조사만 보면 사람들이 AI를 싫어한다고 읽기 쉽다. 그런데 다른 자료를 같이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Canva가 2026년 6월 공개한 마케팅 AI 보고서에서는 68%가 광고가 더 유용하고 더 관련성이 높아진다면 AI 사용 자체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78%는 그래도 사람이 만든 광고를 더 보고 싶다고 했고, 87%는 좋은 광고에는 여전히 사람 손길이 필요하다고 봤다. Canva 보고서 (영어주의)
즉, 거부감의 초점은 AI를 썼느냐보다 AI를 쓴 티가 너무 나느냐에 더 가까워 보인다. 소비자는 이미 AI 추천, AI 검색, AI 요약을 어느 정도 쓰고 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말투와 분위기다. 너무 빠르고, 너무 매끈하고, 너무 비슷하면 사람들은 기능보다 거리감을 먼저 느끼는 것 같다.
왜 이런 피로감이 생길까
WordPress VIP 조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응답자들은 평균 40분 정도 지나면 이른바 bot fatigue를 느낀다고 답했다. 온라인 상호작용이 점점 기계적으로 느껴지는 피로감이다. WordPress VIP 조사 (영어주의)
이 말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요즘 고객센터 채팅, 상품 추천 메일, 앱 안 안내 문구, 검색 결과 요약까지 비슷한 어조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문장은 친절한데 사람 느낌은 옅고, 모든 브랜드가 묘하게 같은 템플릿을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미국 IAB 조사도 이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Gen Z 쪽에서 AI 광고를 쓰는 브랜드를 더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inauthentic, disconnected, unethical 같은 표현이 더 많이 나왔다. IAB 조사 (영어주의)
결국 사람들은 AI가 있다는 사실보다, 그 결과가 너무 영혼 없이 느껴지는 순간에 더 민감한 것 아닐까 싶다.
이상한 건, 정작 AI로 상품을 찾는 사람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반감과 사용 증가가 같이 간다는 점이다.
WordPress VIP 자료에서는 기업 응답자의 60%가 지난 1년 동안 AI 검색엔진에서 오는 트래픽이 늘었다고 답했다. Klaviyo 쪽 자료를 보면 글로벌 소비자 60%가 AI를 적어도 주 1회 쓰고, 41%는 최근 6개월 안에 AI가 추천한 상품을 실제로 구매했다고 한다. 완전한 신뢰는 아니어도, 사용 자체는 이미 생활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WordPress VIP 조사 (영어주의) Klaviyo 자료 (영어주의)
이 조합이 재미있다. 사람들은 AI를 분명히 쓰고 있다. 그런데 브랜드가 “우리도 AI!”를 너무 크게 외치면 오히려 물러선다. 이건 기술 반대라기보다, 기대 대비 실망이 누적된 반응에 가까워 보인다.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AI라는 단어는 이제 놀라운 약속처럼 들리기보다, 검증이 필요한 광고 문구처럼 읽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브랜드는 뭘 조심해야 할까
첫째, AI를 쓰는 사실보다 결과를 먼저 보여주는 편이 나아 보인다.
예를 들어 AI가 고객 맞춤 추천을 제공합니다보다 당신이 지난번에 본 상품과 비슷한 재질만 골라서 보여줍니다가 훨씬 이해가 쉽다. 사람은 기술 스택보다 자기에게 달라지는 경험에 먼저 반응한다.
둘째, 너무 비슷한 문장을 피해야 한다.
요즘 많은 AI 카피가 더 빠르게, 더 똑똑하게, 더 개인화된 같은 말로 수렴한다. 문제는 거의 모든 브랜드가 같은 말을 쓴다는 점이다. 차별화가 아니라 배경 소음처럼 들리기 시작하면, 문구는 정보를 주기보다 신뢰를 깎는다.
셋째, 출처와 근거를 숨기지 않는 쪽이 좋겠다.
WordPress VIP 자료에서는 소비자 86%가 AI가 내놓은 내용만 보고 끝내지 않고 원문 출처를 다시 보려 한다고 답했다. AI가 정리해준 말보다 “어디서 가져온 정보인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뜻이다. WordPress VIP 조사 (영어주의)
이건 브랜드 콘텐츠에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썼든 사람이 썼든, 결국 믿음을 만드는 건 말의 화려함보다 근거와 맥락이다.
내 생각
앞으로도 브랜드는 AI를 계속 쓸 것이다. 이 흐름 자체는 되돌아가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AI를 쓴다는 사실만으로 관심을 끌 수 있는 시기는 꽤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이제는 AI를 숨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AI를 전면 배너처럼 붙이는 방식이 점점 힘을 잃는다는 쪽에 더 가깝다. 사람들은 기술 이름보다 결과의 질, 문장의 온도, 그리고 정말 내 문제를 덜어주는지를 먼저 본다.
그래서 오히려 잘 만든 AI 경험은 조용할 가능성이 크다. AI라는 말을 크게 하지 않아도 편하고, 빠르고, 믿을 만하면 된다. 반대로 문장마다 AI를 붙여야만 돋보이는 서비스라면, 아직은 기능보다 포장에 더 기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관련 링크
- WordPress VIP Future of the Web 2026 (영어주의)
- TechCrunch 요약 기사 (영어주의)
- Canva Marketing AI Report 2026 (영어주의)
- IAB The AI Ad Gap Widens (영어주의)
- Klaviyo consumer AI research (영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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